작가소개 2

겹겹 프로젝트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아시아 태평양 연안의 나라 어디든, 수많은 여성들은 일본군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해야만 했다. 겹겹프로젝트는 1996년부터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에 살고 있는 140여명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생존자를 만났다. 중국 내륙 오지에서부터 인도네시아, 동티모르의 변방 깊숙이 이르는 곳에서까지 살아있는 역사의 진실을 엿볼 수 있었다. 그녀들은 낯선 이방인인 우리를 맞아 주었고,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눈물과 고통을 보여 주었다. 팔뚝에 문신으로 새겨진 일본식 이름에서 그녀들이 겪었던 고통과 토막 난 기억들 사이로 그들이 경험 했던 과거가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나라, 나이 피해 사례가 달랐지만, “왜? 일본군이 자신에게 그런 짓을 했는지”, “일본 군인 위에 사람이 와서 봐야 한다.” 등 한결같은 그녀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제는 90대의 고령이 되어 버린 그녀들의 가슴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응어리는 더 이상 지울 수 없는 흔적이 되었고, 일본군에 의해 강탈 당한 인생은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이중 통역속에서도 낱낱이 드러나는 성노예 피해자들의 한 맺힌 가슴과 거친 숨소리는 80여년전의 과거가 아닌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는 현재 진행형이다.

주변의 차가운 시선, 종교적 차별, 가해국과 피해국의 외면 등, 이 모든 것에 그녀들의 고통은 겹겹이 쌓여만 가고 있다. 그녀들은 병든 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개인의 기억이나 눈물이 아니라, 모두가 기억하는 역사와 인권으로 남아야만 한다. 정의와 평화를 외치는 아시아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이 들려준 이구동성의 증언은 과거가 아닌,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현재의 역사이며, 우리가 풀어야 할 미래의 메시지이다.

이구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