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소개하기란 항상 쉽지 않습니다. 그 어려움 중 하나는 국가가 주도한 일본군‘위안부’ 제도라는 역사적 사건의 특수성과, 너무나 연약하고 평범했던 다양한 국적의 피해자 여성이란 일반성을 같이 담아내는 일입니다. 이 비극으로 많은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이와 다를 바 없는 몸과 마음의 상처를 받았습니다. 또한 어리고 연약한 여성들은 이후 세상의 무관심과 편견으로 다시 고통을 받았고, 오랜 시간 아픔을 홀로 보듬으며 할머니가 되어서 비로소 세상을 놀라게 할 큰 용기를 내어 나타났습니다. 오랜 침묵을 깨고 잇달아 소개된 피해자의 증언은 낯설고, 믿기 어려워서 듣기조차 편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이야기는 국경을 넘고, 기억과 사람으로 엮이고, 증거들이 뒷받침되어 촘촘해졌고, 점점 많은 세계시민과 손잡고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 걸음씩 나아갔습니다. 그런 발걸음이 30여년이 넘게 이어졌지만 안타깝게도 문제해결이란 목표 지점은 아직 멀게 느껴집니다. 많은 피해자가 세상을 떠나고, 희미해져 가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자기가 믿는 말로 덧칠해 덮어버리려는 사람들도 나타났습니다. 사라지고 희미해진 피해자의 목소리를 새롭게 접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옅은 목소리를 다시 듣기보다 또렷한 다른 사람들의 해석에 더 귀를 기울이기도 합니다.

늦었지만 다시 피해자에게 돌아가려 합니다. 이젠 희미한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몸은 더 숙이고, 귀와 눈은 더욱 크게 열고 다가갈 것입니다. 치유되지 않은 상처와 해결되지 않은 역사는 피해자를 더욱 낯설고 이상하게(ODD) 만들어 다시 고통을 가합니다. 이에 대항하여 피해자와 많은 시민들이 함께 걸어온 발걸음과 부정할 수 없는 피해 증거를 이어 붙여(ADD) 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서 시간을 거슬러 굳건히 살아가려 한 사랑스러운 딸(Darling daughter : DD)들이었던 피해자의 모습을 다시 찾아 따뜻하게 보듬어볼 것입니다. ‘평범한 여성’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와 위안소 제도의 문제를 모두 이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노력을 막고 부정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소개하며 일침을 가하고자 합니다.

전시회를 위해 많은 국내∙외 학자들이 모아온 귀한 사료와 증거에 기반한 학술자료를 준비해 주심에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또한 세상의 무관심에도 누구보다 먼저 피해자에게 다가가, 그들의 모습을 담은 기록을 남겨 주신 작가님들의 수고스러움에도 경의를 표합니다. 이런 학술적인 자료를 예술적인 창작과 기술로 담아, 많은 참관객의 이해를 돕는 쉬운 언어로 소개해주신 젊은 작가분들에게 다시 감사하고자 합니다. 무엇보다도 세계 여러 국가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와 현재 대한민국의 피해생존자 11분께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 전시회를 통해 오랜 아픔에도 굴하지 않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용기와 희망을, 이어서 앞으로 살아갈 새로운 세상의 많은 청년들에게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대표 서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