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안내

낯섦과 익숙함 : 오드 애드 디디
2022년 10월 19일 ~ 12월 31일

ODD : 낯섦 재해석하기
일본군의 만주 침략이 본격화되던 1932년, 중국 상하이에서 일본군 위안소가 설립되었다. 그러나 ‘공창’ 등 이름만 달랐을 뿐 유사 군위안소는 청일, 러일전쟁부터 운영되고 있었다. 위안소는 갑자기 생긴 제도가 아니라 국가 주도로 이루어진 권력형 성착취였고 근대사와 함께 확립되었다. 그로부터 1991년, 일본군‘위안부’피해 생존자 김학순의 증언이 있을 때까지 약 60여 년간 피해자는 침묵을 지켜야 했던 반면,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는 자국민이 겪었던 피해를 사려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사회 구조 하에서 군‘위안부’ 피해자는 순결을 잃어버린 여성으로 치부되었기 때문이다.

“해방 후에 서울로 다시 왔지. 내려와 보니까 학도병 갔던 사람, 강제 징용 갔던 사람, 보국대 갔던 사람 다 오는데, 여자가 돌아왔다는 소리를 못 들었어. 거기서부터 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거야...” — 일본군‘위안부’ 문제 원로 학자 윤정옥

아주 오랫동안 존재해왔지만 명확히 들여다 본 적은 없는 존재, 일본군‘위안부’. 본 섹션은 소문만 무성하던 ‘위안부’라는 대상을 ‘낯선 존재’로 상정하고, 그들의 역사적·사회적·개인적 발자취를 좇는다. 동시에, 낯섦을 재해석하는 예술가들의 시선을 제공한다. 적확한 사료와 예술가의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을 통해 ‘위안부’ 피해 생존자를 바라보는 새롭고 따스한 시각을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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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 : 묶고 엮기
낯섦을 소화하고 해석하는 방법은 개인마다 그리고 시대마다 다르다. 본 섹션은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를 바라보는 주변인의 시각을 재현한다. [피해자와 제3자]라는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1920년대에 지어진 현 희움일본군‘위안부’역사관 건물의 [주공간과 보조공간]으로 구분한다. 거실 등의 주공간이 군‘위안부’ 형성 및 전개과정이라는 주체의 이야기를 담는다면 적산가옥의 흔적이 남아있는 방공호 및 안뜰, 복도, 계단 등의 보조공간은 제3자의 생각과 행동을 담는다.

예를 들어, 전쟁을 대비하여 땅을 파낸 방공호는 <ODD ROOM>으로 변모한다. 전후 대한민국 사회가 여성에게 가했던 사회적 압력과 낙인을 아침이 되면 흩어지는 네온사인으로 재현한다. 피해 생존자들에겐 그늘만 있었을까? 햇빛이 직접 와 닿는 안뜰에 마련된 <Our DD>로 걸음을 옮기면,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완전히 달라진다. 1991년에 있었던 김학순의 일본군‘위안부’ 피해 사실 최초 증언과 같이, 움츠러들게 만드는 당대 사회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내고 증명해내는 용기 있는 행동 또한 피해 생존자들의 일면이기 때문이다. 역사관 안뜰에는 격동하는 역사를 살아내고 자신의 경험을 기꺼이 밝히며 앞에 나서는 피해자들의 강인하고 밝은 모습이 담긴 사진이 전시된다.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들과 긴 세월을 함께 살아낸 약 100년 된 라일락 나무가 있는 곳이다.

더하고 첨가함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ADD처럼 공간과 관점을 교차시키는 본 섹션은 궁극적으로 ‘묶고 엮기’를 지향한다. 오래된 고옥과 현대 대구와의, 과거의 낡은 가치관과 발전된 여성인권과의 그리고 궁극적으로 일본군‘위안부’ 피해 생존자와 우리의 관계를 묶고 엮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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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 : 익숙함 이해하기
ODD와 ADD를 거쳐 나와 삶의 궤적이 다른 대상을 이해하기로 한 관람객은 DD섹션에 도착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경험이 뜻밖의 ‘익숙함’을 안고 있음을 살펴본다.

먼저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운동 31년사 연표>를 통해 전시상황에서 벗어난 피해 생존자들이 한국 사회가 세운 ‘낯섦’의 벽에 다시 한 번 갇혀야 했던 역사를 되짚어본다. 그럼에도 목소리를 잃지 않았던 그들의 강인함을 되새기며, 피해 생존자들의 발화가 서로를 해방시키고 나아가 국제사회를 움직일 만큼 결속되는 과정을 함께 따라간다. 이후 전쟁사라고 보아도 무방한 인류사 안에서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은 전시 성폭력이야말로 무한히 되풀이되어 온 익숙한 서사임을 자각한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전쟁의 고리와 계속해서 늘어나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수가 잊혀진 보편성을 재구축한다. 마지막으로 <명왕성> VR을 통해 관객은 피해자들에게 물리적으로 이입되어볼 수 있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삶이 현실의 모든 폭력 피해 생존자들과 맞닿아 있는 지점을 발견하고, 과연 현재의 한국 사회는 이들을 제대로 위로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낯섦’과 ‘익숙함’ 사이에 있는 허술한 가벽을 무너뜨리고 대안의 가설을 내리고 싶은 관람객을 위해 <희망 번역기>가 준비되어 있다. 관련 서적을 살펴볼 수 있는 서점과 방명록을 통해 개개인만의 단상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이로써 본 전시는 역사와 사회가 정의한 낯선 존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받아들일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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